[영화] 듄2 - 3시간을 보면서도 끝나지 않기를 바랐던 미친 영화

듄2
삼성 코엑스 돌비 시네마에서 봤고(I열)
진짜 오랜만에 인생작 나왔다.

 

기존의 n탕 뛰는 인생작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인셉션, 인터스텔라, 매드맥스, 엔드게임, 스파이더맨 유니버스 시리즈 (뉴유니버스, 어크로스더유니버스), 라라랜드
( + 영화적 연출은 위에 비해 미약하지만 세계관이 좋았던 영화는 헝거게임, 설국열차
옛날에 인생작이었지만 최근에 빠진 다크 나이트)

 

난 주로 현실적인 과학과 미래 예측을 가미한 SF를 좋아하고, 판타지라고 해도 그 판타지 세계관 내에서 진행되는 서사의 '당위성'이 탄탄해야 몰입하는 성격이다. 허접하게 설계된 판타지와 서사는 보다가도 꺼버리는 성정이다.
보통 연출, 연기, 음악, 체계적인 서사, 이 모든 박자가 맞았다고 생각한 영화를 인생 영화에 넣는다. 놀란 감독 영화를 매우 좋아해서 몇 번씩 본 편이고, 한스 짐머의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내한 공연도 갔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재밌게 보지 않을까 감히 예상한다. 저 얼마 안 되는 인생작에 듄2가 추가된 것이다.

 

듄2는 그 모든 걸 만족한다.
연출? 미쳤다. 연기? 미쳤다. 음악? 한스짐머다. 서사? 돌았다.
어떠한 행동 중에 당위성이나 근거 없고 어색한 부분이 없다. 모든 표현과 진행이 섬세하다.
정말 슬픈 장면 하나 없는데 '정말 영화 끝장나게 잘 만들었네' 하는 감동에 보면서 울컥했다. 호흡과 러닝타임이 긴 영화인데도 보는 내내 안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듄1도 정말 재밌게 봤던 것은 맞지만, 1편은 듄이라는 영화의 세계관을 제시하고 설명하는 빌드업 과정에 불과했는데, 2는 정말 그 빌드업을 토대로 팡 터뜨리는 느낌이었다.
난 듄2가 1보다 10배 재밌었다 ㅋㅋㅋ
2편이 끝이 아닌데, 이렇게 영화를 만들어버리면 3편은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서 내놓으려고? 하는 의문도 들었다.
화면도 정말 예술이라 내가 내셔널지오그래픽 사막편을 보고 있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 그냥 영화 내용을 차치하고도 그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순간 자체가 좋았다.
서사도 매우 섬세하고 조용하게... 강강강강 박자로 휘몰아친다. 드니 빌뇌브 특유의 정적인 연출과 강렬한 스케일이 함께 터진다.

 

 

 

 

두 개의 장면이 크게 기억에 남는데, 모래 괴물 타는 장면의 압도감과 후반부 전투씬이 정말 컸다. 이외에도 하코넨 아레나 / 모래 괴물을 부르는 도구로 박자를 맞추는 음악 연출 등이 인상적이었다.
벌레물을 마신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자아를 표현하는 티모시의 연기에도 감탄했다.

다만 이 장면을 다시 보고 싶어서 유튜브 클립으로 보다가 충격먹었다. 조금 과장해서 내가 봤던 영상이 맞나 싶었다. 집에서 다시 보니 영화관과 비교하여 음향과 스케일이 너무 너프되더라. 영화관에서 소름돋던 음향이 집에 오니 장난감 소리가 됐다. 심지어 난 간간히 작곡하는 사람이라 일반 사람들보다 좋은 오디오인터페이스/모니터링스피커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영화관에서 느낀 경험의 5분의 1도 느낄 수 없었다.

 

따라서 듄2는 무조건 좋은 영화관에서 보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영화로 느끼는 경험과 평가가 장소에 따라서도 아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좋은 출력과 상영관을 전제로 피땀눈물을 갈아넣은 영화인 것 같으니!
아마 이 영화를 재미 없게 볼 사람은 1) 집이나 출력이 안 좋은 영화관에서 시청했거나 2) 진짜 취향이 아님 정도 일 것 같다.
(+ 코엑스 돌비시네마 강추. 사운드가 워낙 웅장해서 좌석에 진동이 다 느껴지는데 중간에 내가 4D 좌석에 앉아있나 생각함)

 

듄도 조만간 다시보고
드니 빌뇌브 영화를 정주행해야겠음
블레이드 러너도 한 번 봐야겠다